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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장인(匠人)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1378.html


공부에 해당하는 한·중·일 의 한자는 각기 다르다. ‘工夫’(한국), ‘勉强’(일본), 중국. 우리말이 공부의 의미와 가장 가깝다. 언젠가 도올 선생은 ‘工’은 공부가 ‘노가다’라는 의미이고, 지식인은 ‘노동의 달인’이라고 해석했다. ‘工夫’는 라이트 밀즈의 “지식인은 장인(匠人, craftsman)”과 정확히 조응한다.


찰스 라이트 밀즈(1916~1962)의 <사회학적 상상력>은 어떻게 소개하든 사족이다. 이 책은 전공을 막론하고 공부를 주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고, 인식하고, 갖춰야 할 정치학과 윤리학을 다루고 있다. 1959년에 출판됐지만 유명한 고전이라 원서도 번역서도 여러 판본이 있다. 이 글의 텍스트는 1977년 강희경, 이해찬(세종시에서 당선된 그분 맞다)이 공동 번역한 1992년 중판 2쇄본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논하는 부분은 특이하게도 부록인 “장인기질론”이다. 지식인을 화이트칼라로 여기는 것은 앎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오해다. 이런 인식이라면 절대로 공부를 잘할 수 없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자료 조사, 인터뷰, 독서, 집필…. 논문 하나를 위해 수천쪽의 자료를 읽는 것은 기본이다. 체력과 끈기가 관건. 연구는 고된 노동이다.

밀즈가 좋아한 용어 ‘기예’(技藝, craft)는 세가지 조건을 함축한다. 외롭고 지루한 노동, 완성도에 대한 비타협성, 창의력. “기존의 집단 문화에 저항하라.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방법론자가 되자.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론가가 되고, 이론과 방법이 지식(craft)을 생산하는 실천이 되도록 하자.”(261쪽)


4살에 작곡한 모차르트 같은 이를 제외하면, 대개 지식의 수준은 헌신한 노동의 시간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사유 자체가 중노동이다. 획기적인 문제의식은 노동의 산물이다. 여기에 선한 마음이 더해진다면 인간의 기적이요, 공동체의 축복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지적으로, 정치적으로 빼어난 글을 쓰는 방법? 책상에 8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는 몸이 첫째다.


경쟁 사회에 국한하면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두가지다. 욕망을 다루는 도인이 되거나 욕망을 달성하거나. 평생 욕망을 관리하느라 몸부림치는 것보다 (구조의 제약이 크긴 하지만) 달성하는 편이 더 쉬울지 모른다. 욕망을 이루려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식인, 운동선수, 예술가는 부자나 권력자와 달리 혼자만의 노동, 자신과의 결투가 성공에 절대적인 분야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이르는 노고와 박사가 되는 노동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잘하고 후자는 어렵고? 전자는 운동선수고 후자는 지식인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공부다. 그렇지 않다면,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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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y Strange